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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찰, 숨진 쿠팡 위탁배송기사 사고 직후 '채혈 음주검사 미실시' 논란

응급수술 이유로 기초조사 누락… 제주경찰 "지금이라도 수사 할 것"
이한별 기자 2025-11-18 12:31:15
▲택배 트럭 사고 현장.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쿠팡 위탁배송기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교통사고 조사를 위한 기본적인 음주 측정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제주 경찰은 통해 코로나19 당시 사용한 음주 측정기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유족과 민주노총 등은 경찰 발표를 근거로 "고인이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8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께 제주시 오라2동 사거리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위한 채혈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음주 측정조차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긴박해 응급 수술이 급했다"라며 "현장에서 간이 음주측정기로 감지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수술이 진행됐으며, 체내 혈중알코올 농도를 확인하기 위한 채혈 시점을 놓쳤다"고 밝혔다.

이어 "출동 경찰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에서 장비를 동원했지만 음주 여부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며 "앞서 코로나19 때 사용한 측정기로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는 경찰 발표 내용은 오보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채혈이 이뤄졌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을 텐데 하지 못해 곤혹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찰이 교통사고 조사에서 가장 기본인 음주 측정조차 수행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도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는 지난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2동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위탁배송기사 A씨는 1톤 탑차를 운전하던 중 도로변 통신주를 들이받았고,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약 12시간 후 숨졌다. 차량은 전면부가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

사고 이후 일각에서 음주운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경찰은 초기 대응에서 "음주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며, '코로나19 때 사용한 측정기를 사용했다'고 언론 등에 알렸다가 이날 본지에 번복했다.

고인은 병원 이송 직후 응급 수술에 돌입해 채혈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경찰도 의료진의 처치에 개입하지 못해 음주 여부 확인 절차는 사실상 생략됐다.

이로 인해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은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제주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안이 불거진 만큼 지금이라도 음주 여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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