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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 4년 뒤 1362조원 돌파 전망

4년간 440조원 증가…국가채무 '양'뿐 아니라 '질'도 악화
확장재정과 고령화 복지 부담이 맞물려 국민 세금 부담 가중
이한별 기자 2025-09-08 13:10:36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2025.8.28. 기재부 제공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29년 1천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가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4년 새 440조원이 불어나고 비중 역시 76%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재정 운용의 경직성과 미래 세대 부담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적자성 채무는 추가경정예산 기준 926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815조2천억원)보다 111조3천억원 늘어난 수치다. 내년에는 1천29조5천억원으로 1천조원을 돌파하고, 2027년 1천133조원, 2028년 1천248조1천억원, 2029년에는 1천36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4%에서 올해 71.1%로 올라섰다. 그리고 2029년에는 76.2%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채무 10원 중 7원 이상을 국민 세금으로 직접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성 채무는 외환·융자금 등 대응 자산이 뒷받침돼 있어 상환 부담이 적고 증가 속도도 완만하다. 금융성 채무는 올해 377조원에서 2029년 426조원으로 늘지만 비중은 23.8%로 낮아진다.

문제는 적자성 채무 증가 속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407조6천억원이던 적자성 채무는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815조원대로 불어나 불과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성 채무는 315조원에서 359조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도 적자성 채무는 14.9%로 금융성 채무(2.7%)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채무 확대를 넘어 국가재정의 질적 악화를 뜻한다.

올해 편성된 두 차례 추경 역시 적자성 채무에 크게 의존했다. 2차 추경 기준 증가한 국가채무의 86.2%가 적자성 채무였다. 이런 흐름은 국민의 직접 상환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급증하는 이자 지출로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채무가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이 우려하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였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단기적 채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 부총리는 "적자 비율을 줄이기 위해 지출을 억제하면 오히려 성장 둔화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확장재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재정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급증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 없이는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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