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빛낼 TK과학자] <4>기후위기 시대에 맞서 첨단기술로 수재해 예방하는 포항공대 감종훈 교수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홍수와 가뭄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엔 감당할 수 없는 재해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지구온난화로 지표면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지구의 물순환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홍수나 가뭄 등 물로 인한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첨단기술로 분석해 사회가 대비할 수 있는 방재 기반을 다지고 있는 과학자가 있다. 바로 감종훈(44)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다.

감 교수는 지난 6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과학 10년(IDSSD)’ 공식 프로그램에 국내 최초로 선정된 연구 프로젝트 핵심 연구자이자,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통합 수자원 관리 기술 개발을 이끄는 전문가다.

2010년 미국 퍼듀대학교 토목공학부(수자원 전공)에서 학사, 2012년과 2015년 프린스턴대학교 토목환경공학부(수문기후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한 그는 2015년 프린스턴대 대기해양프로그램 박사후연구원, 2017년 앨라배마대 토목건설환경공학부 조교수를 지낸 뒤, 2020년부터 포항공대 교수(현 부교수)로 근무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건축학 분야로 진로를 고민했던 그는 학부 시절 인턴 활동을 통해 수자원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퍼듀대학교에서 하천 유량의 변화를 연구하는 과제에 참여한 인턴 경험이 계기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수자원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꼈고, 그 길로 전공을 정하게 됐죠.”

건축학에서 환경공학으로의 전환은 낯설 수 있지만, 감 교수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도시와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그는 곧 물과 기후의 변화를 읽는 데서 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이후 그는 수문기후학, 통합 수자원 관리, 수재해 대응 시스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감 교수의 연구는 가뭄과 홍수에 대한 위험성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그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선 ‘정확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히 재해를 관측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됩니다.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고, 대비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죠.” 특히 ‘물리 기반 하천 유량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감 교수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수문 예보 시스템’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수자원 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 수문 예보 시스템은 기상 예보 및 미래 기후 시나리오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하천 유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021년에는 파키스탄 지역의 미래 수자원 전망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지역의 봄철 하천 유량 변화를 예측해내는 성과를 거뒀으며, 지난해에는 UN이 우리나라에 위탁한 국제 협력 과제를 통해 방글라데시에 해당 기술이 이전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술이 있어도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예측 정보를 정책에 연결시키는 것이 저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지요. 현재 우리나라의 수자원 연구기술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재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과거의 우리나라의 수자원 운영 시스템은 주로 하천 유량을 중심으로 설계됐으나, 최근에는 하천의 수질까지 동시에 분석하는 ‘통합 수자원 관리(Integrated Water Resource Management)’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김 교수는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국내외 수자원·재난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감종훈 교수 연구팀은 정영훈 경북대 건설방재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AI를 활용해 ‘홍수 위험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위험지도에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해 위해성·노출성·취약성·대응력 등 네 가지 요소를 AI에 학습시킨 결과, 대도시가 홍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댐이나 하천 관리만으로는 수자원 관련 재해를 예방하기에는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수질과 수량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죠.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자동화 로봇인 무인보트에 수질 측정 센서를 탑재해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감 교수의 연구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남아프리카 가뭄 △러시아 남서지역의 덥고 습한 겨울철 이상기후 △이란의 가뭄 △중앙 안데스 지역의 봄철 이상기후 등을 다룬 논문들을 미국기상학회 회보지(BAMS)에 꾸준히 개재했다.

또 그는 장기 강우자료 기반의 가뭄 지수 개발, 무인보트 기반 수질·수량 통합 관측 기술 개발 등의 논문도 다수 발표했으며, 이 같은 학술적 기여를 인정받아 올해 기상의 날에 기상청장 표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포스텍이 국내 대학 최초로 참여하게 된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과학 10년 프로그램’에서 감 교수는 ‘수문기상 위험에 회복력 강한 사회를 위한 고해상도 지구시스템 모델링, 분석·예측’을 위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 사우스햄튼대, 미국 듀크대, 캘리포니아대, 캔자스대, 싱가포르국립대, 네덜란드 우트레흐트대 등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 감 교수는 특히 지구시스템 물리모델과 인공지능 모델을 결합해 고해상도 수문기상 정보를 빠르게 도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후재해 대응은 전 세계 공통 과제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협력 연구 성과의 파급력을 높이고, 우리 학생들의 연구 역량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는 단일 전공이나 지식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다양한 시각과 융합적 사고가 중요한데, 자연현상을 명확히 분석하고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을 것 입니다.”